home

리뷰 작성 부탁드려요, 당신의 일상에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곳곳에서 올겨울 첫눈 소식이 전해졌죠. 날이 확 추워져서 그런가, 벌써 연말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와 사람들이 많이 보이네요. 오늘은 카페에 갔더니 캐럴을 틀어주던데 그게 별로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덩달아 연말 맞이에 돌입해 버렸답니다.
벌써 2023년이 한 달여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데요,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약간 성급한가 싶으면서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남은 한 달도 잘 보내야 내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내가 보낸 시간을 돌아보고 연말정산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책 <나를 리뷰하는 법>을 가져왔어요. 미디어 뉴스레터 ‘캐릿’을 만드는 김혜원 에디터가 쓴 책이랍니다. 그리고 함께 읽을 책으로는 문보영 시인의 사사로운 생각이 담긴 <일기시대>를 보여드릴게요.
해독레터를 처음 읽는 분들께 드리는 쪽지 - 해독레터란?
하단 성분표의 목차를 클릭하면 해당 위치로 바로 이동할 수 있어요.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일기를 쓰고 싶지만 내 하루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분
새해를 시작하기 전에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은 분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시 쓰는 사람의 사소하고 굴곡진 상상력이 궁금한 분
이런저런 생각이 많지만 왠지 글로 푸는 건 어려워하는 분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나를 리뷰하는 법>

기록의 효과 (1) : 나 자신을 해독
저자는 15년간 기록 생활을 한 기록광이라고 해요. 기록 전문가라는 직업이 세상에 있다면 바로 이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다양하게 기록하는데요.
번거로울 정도로 이렇게 많은 기록을 하는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해요.
나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내 자신이 볼펜으로 대충 그린 졸라맨 낙서같이 느껴졌다. (…)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기적으로 나를 관찰하고 리뷰하는 요즘은 나라는 존재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MBTI나 사주팔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 감정이나 행동의 이유에 대해 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나를 리뷰하는 법, p.10)
<나를 리뷰하는 법>을 읽어보니 저자의 관심사가 가득 담긴 삶, 그 삶을 구성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완성하는 저자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지더라고요. 신기하죠, 저는 김혜원 에디터를 한 번도 본 적 없고 예시로 들어있는 일기장 사진을 몇 장 훔쳐보았을 뿐인데 이런 기분이 들다니. 생판 남인 제가 이럴 정도인데, 직접 삶을 살고 그 일기를 적어 내려간 저자 본인은 자신을 얼마나 잘 알게 되었을지 짐작이 가시나요?
기록의 효과 (2) : 죄책감을 해독
이 책은 정말 다양한 리뷰 소재와 그에 어울리는 형식을 제안하는데요, 그중에는 콘텐츠 리뷰, 식사 리뷰, 소비 리뷰 같은 것도 있답니다.
‘아 오늘 하루 종일 넷플릭스만 봤다’, ‘이번 주 너무 많이 먹은 게 아닐까?’, ‘이번 달 돈 진짜 많이 썼구나’ 이런 우울한 생각이 들 때도 리뷰를 쓰면 달라질지도 몰라요. 리뷰를 작성하면 그때 즐거웠던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거든요. 그러면 그런 선택을 한 것이 후회되지도 않고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거예요.
이런 일이 없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무리 곱씹어 봐도 후회되는 선택을 했다면, 다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반면교사 삼을 수도 있어요. 저자도 ‘인생 공부 수업료’라는 이름으로 아쉬움이 남는 행동까지 꼼꼼하게 기록한다고 해요. 그냥 짜증 나는 일로 끝날 뻔한 경험도 재밌는 이름을 붙이니까 색다르게 보이죠.
모든 사람이 매일 하는 것 : ???
위에서 언급한 콘텐츠나 식사, 소비 리뷰도 있지만, 낙서, 대화, 장소 리뷰처럼 정말 소소하고 사소한 것들의 리뷰도 있어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라는 사람을 완성하기 때문에 저자도 이런 자잘한 행위에도 주목하는 거겠죠.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작은 움직이지만 내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의미는 충분한 것 같다. (나를 리뷰하는 법, p.10)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 하루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느껴지는 날에도, 나는 결국 ‘나로 산다’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찬 하루인데, 충분히 뿌듯해해도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나로 살기’를 경험하는 것은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인데, 점수 좀 후하게 주면 뭐 어때요!
이렇게 마셔보세요
저자가 말해주는 여러 가지 리뷰를 참고해 내게 알맞게 바꿔 보세요.
손으로 쓰는 기록도 좋지만 다른 앱과 템플릿도 추천해 주니 내게 맞는 툴을 찾아보세요.
<나를 리뷰하는 법>을 읽고 일기에 관심이 생겼다면, <일기시대>를 추천해요. 작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생각이 뿜어져 나오는지 잘 보이는 책이라, 글로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관한 부담도 줄어들 거예요.

시인의 눈으로 보는 일상, <일기시대>

시인의 일기장
글 쓰는 사람이라면 다 신기하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시인이 가장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시와 가깝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항상 시인들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여기 저의 궁금증을 해소해준 일기장이 있습니다.
<일기시대>의 저자 문보영 시인은 일기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일기 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책 곳곳에서 시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큰, 아니 어쩌면 시에 대한 애정보다도 더 큰, 일기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요.
이 책은 일기를 묶은 책이면서 동시에 일기에 관한 이야기이자 일기론이기도 하다. (…) 일기가 창작의 근간이 된다는 말은 흔하지만 사실 일기가 시나 소설이 되지 않아도 좋다. 무언가가 되기 위한 일기가 아니라 일기일 뿐인 일기, 다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은 일기를 사랑한다. (일기시대, p.12)
무료함에 속아 특별함을 잃지 말자
시인의 일기라고 해서 잔잔한 시냇물 같은 글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읽으며 놀랐어요. 시냇물 같은 건 맞지만, 그 시냇물에 민물고기만 사는 게 아니라 바다생물도 있고, 물귀신도 있는 데다가, 발 한 번 미끄러지면 인어 왕국으로 가는 느낌입니다!
복권을 사러 간 이야기, 운전 면허 시험을 보는 이야기, 도서관에 가는 이야기, 초등학생일 적 친구를 따라 하던 이야기. 이렇게 설명만 들으면 다들 한 번쯤 겪었을 평범한 경험인데도 저자는 이 사소한 일상도 특별하게 보여주거든요. 무료한 하루하루를 살면서도 문득 드는 생각을 모으기 시작하면, 하루가 더는 무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일기를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뭔가 거창한 것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꼽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사실 일기란 건 나 혼자 보는 거잖아요. 얼마든지 엉망이어도 괜찮아요. 마술사의 손수건처럼 주르륵 쏟아지는 의식의 흐름, 괄호 안의 난데없는 사족, 실없는 농담과 줄임표가 가득하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일기시대>를 읽으면 그런 부담을 좀 덜어낼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마셔보세요
종종 튀어나오는 삽화와 평면도가 있어요. 작가가 이끄는 대로 상상하며 읽어 보세요.
불면증 탓에 저자는 늦은 새벽에 글을 쓸 때가 많았다고 해요. 구독자님도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일기장을 펼쳐보시는 건 어떨까요?
네 번째 해독레터, 어떻게 읽으셨나요? 영미 소설가 돈 드릴로의 말을 빌리면, 소설은 의미에서 시작해 사건을 만들고, 회고록은 사건에서 의미를 끌어낸다고 해요. 회고록이라는 말은 어쩐지 거창하지만, 일기도 그런 것 아니겠어요? 밋밋하기만 한 줄 알았던 일상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은 사건들로 빼곡하고, 거기서 의미를 찾는 것은 자신의 몫인 거죠.
구독자님의 일상에는 어떤 사건과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 일상의 한 구석에 해독레터의 자리도 생기길 바라는 거창한 꿈을 꾸며! 오늘 레터는 여기서 마치고 다음 주에 또 찾아올게요. 그럼 이제 핸드폰은 내려놓고, 안녕…
지난 해독레터 모아보기 해독레터
“독서하는 당신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mhsjofficial
20231122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