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17년 연속 크리스마스마다 사건에 연루된 서점이 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요즘은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것이 크리스마스트리죠. 크리스마스라는 이 빨간날은 참 신기한 게, 콧속이 차게 얼어붙는 차가운 날씨에 찾아오는 기념일인데도 어쩐지 제일 따뜻한 기운을 전해 주는 날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포근하고 부드러운 날이어야 할 크리스마스에, 수상쩍은 일만 일어나는 서점의 소문을 들었거든요. 뉴욕의 위험한 서점,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만나러 가봅시다. 그다음에는 벽난로 없이도 서점이 어떻게 따뜻한 기운을 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를 소개해 드릴게요.
이번에 보여드리는 책 두 권 모두 이동 시에 틈틈이 읽기 좋은 단편 소설집, 그리고 짧은 에세이니까요, 연말모임에 가는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한두 편씩 읽어보세요. 조용하고 포근한 저녁을 보내실 예정이라면 와인 한 잔과 함께 야금야금 맛보셔도 좋겠네요.
해독레터를 처음 읽는 분들께 드리는 쪽지 - 해독레터란?
하단 성분표의 목차를 클릭하면 해당 위치로 바로 이동할 수 있어요.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가볍게 읽어나갈 흥미진진한 단편이 필요한 분
한 작가가 아닌 여러 작가의 소설을 찍먹하고 싶은 분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책방 창업기가 궁금한 분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투박하고 말랑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그래서 가장 매혹적인 서점,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어떤 서점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미국 미스터리 소설계의 유명 편집자인 오토 펜즐러는 멋진 직업을 하나 더 갖고 있어요. 바로 뉴욕에 있는 미스터리 소설 전문 서점 ‘The Mysterious Bookshop’의 운영자입니다.
이 서점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손님이 더 많아진다고 해요. 이때만 주어지는 특별 선물이 있는데, 그게 유명 추리소설 작가들이 이 서점을 위해 특별히 쓴 미스터리 단편 소설이거든요.
펜즐러가 작가들에게 소설을 부탁하며 요구하는 조건은 딱 세 가지라고 해요.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할 것, 미스터리를 포함할 것, 적어도 몇몇 장면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어날 것.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p.12)
그러면서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7년 동안 이 서점은 미스터리 사건의 배경이 된 거죠. 이렇게 모인 17편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 바로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입니다.
흠모와 경이의 장소
내게 서점은 어릴 때부터 흠모와 경이의 장소였고, 그 후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다.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p.11)
펜즐러가 서문에 쓴 바로 첫 문장에서, 서점을 ‘흠모와 경이의 장소’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죠.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이 말에 공감하실 것 같아요. 서점만이 주는 신비로움이 있잖아요. 그래서 오프라인 서점이 계속해서 살아남는 것 같아요.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넘실대는 이 시대에도, 책장이 미어터지도록 이야기를 떠안고 있는 서점만의 특별한 분위기는 여전히 소중한 거죠.
이 책은 하나의 책 안에서 17명의 작가를 만난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장르와 시공간 배경 외에는 각양각색의 스타일을 지니는 바람에 몇몇 단편은 취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원래 서점에 가면 책 선정에 실패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잖아요. 읽다가 재미없으면 그냥 다음 이야기로 휘리릭 넘어가자고요!
수십 년이 흘러도 변치 않은 로망
위에서 인용한 문장의 가장 멋진 포인트는, 마지막 부분, ‘그 후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다’는 점이에요. 어릴 때 품은 로망은 점점 자라며 흐려지거나 깨지는 경우가 있고, 또 직접 경험하며 감상이 바뀔 때도 정말 많죠. 그런데 실제로 서점을 운영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서점을 향한 펜즐러의 흠모와 경이가 변치 않았다는 게 참 낭만적이지 않나요?
이렇게 마셔보세요
많은 소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이 책의 특별한 점이에요. 세계관을 합친다는 생각으로 이 소설의 인물을 저 소설에 등장시키는 상상을 하면 실없는 웃음이 터져요…
종종 카메오로 등장하는 엮은이이자 서점의 주인, 오토 펜즐러도 쏠쏠한 재미랍니다.
이렇게 오래되고 유명한 서점인 미스터리 서점조차도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해요. 이쯤 되면 나라 불문, 시대 불문 모든 서점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인가 봅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새로운 서점이 생겨나는 이유는 바로 낭만, 펜즐러의 말을 빌리자면 서점을 향한 ‘흠모와 경이’ 때문이겠죠? 이번에는 뉴욕에 있는 미스터리 서점보다는 훨씬 가까이 있는 동네책방 이야기,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를 보여드릴게요.

책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동네책방 역곡동 용서점 이야기
책방 주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서점은, 이미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나는 안다. 가끔은 꿈 자체가 살아가는 힘이 되니 말이다. 현실과 조금은 동떨어진다 해도 서점에 대한 이 같은 로망마저 없다면 대체 누가 서점을 시작할 수 있을까.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p.45)
펜즐러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 나만의 책방을 꾸리는 상상을 해보곤 하죠. 여기도 이 꿈을 실현한 분이 있어요.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는 부천에 있는 용서점 사장님이 책방을 연 첫 3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책과 사람이 모이고, 이야기가 쌓인다
눈을 감고 동네책방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세요. 그 그림 안에 사람은 몇 명이나 그려지시나요? 사실 저는 책이 가득 들어찬 공간만 상상하지, 그 안에 사람들을 그리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동네책방도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채워지는 곳이랍니다.
용서점은 문을 여는 순간에도 여러 사람들이 함께했어요. 용서점의 시작은 헌책방이었는데요, 그 책은 모두 책을 좋아해 몇천, 몇만 권을 사 모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감당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기부받은 책이에요. 그분들 중에는 책방 사장님의 꿈을 가지던 분도 있죠. 모두의 꿈과 낭만을 모아 용서점이 탄생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사람들은 모이고, 일은 진행되고, 모임들은 자라 간다. 책의 힘, 사람의 힘이 서점을 밀어 주고 끌어 주는 셈이다. (…) 이 여정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궁금하지만, 그보다 이 여정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 함께 만들어 갈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p.194)
저자가 책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에요. 여행 강연을 다니기도 할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용서점을 열며 예전만큼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했겠지만, 여행의 목적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라면, 용서점에서도 그 목적을 충분히 이루지 않았을까 싶네요.
사람들이 있는 곳의 따뜻한 기운, ‘운김’
용서점에는 다양한 모임이 열립니다. 저자는 이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을 ‘무목적성’이라고 말해요.
그저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때, 모임의 힘은 우리 삶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목적이 이끄는 모임을 경험했다. 그러니 이제는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 같은 것 없는 모임이 필요하다. 그게 용서점 모임이다.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p.150)
서점에서 열리는 모임이라니, 어려운 독서 모임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책을 매개로 사람이 모일 뿐, 거창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이 목적 없는 모임이 소중한 이유를 저자는 ‘운김’이라는 단어에서 찾았어요. 여럿이 함께 일할 때 우러나오는 힘, 사람들이 있는 곳의 따뜻한 기운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데요, 이 운김이 고파서 사람들은 용서점으로 모여듭니다.
용서점의 시작에서 사람들이 함께했듯, 용서점의 모든 과정에 사람들의 손길이 닿았어요. 책과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들, 동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용서점을 만드는 거죠.
이렇게 마셔보세요
목차가 아주 잘게 나뉘어 있어요. 웃음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제목을 훑어보며 내용을 예상해 보세요.
현재는 역곡동이 아닌 원미동으로 옮겨가 원미동 용서점이 되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여덟 번째 해독레터, 어떻게 읽으셨나요? 이번에는 책의 이야기도 들어있지만, 서점의 이야기도 많이 담았어요. 서점은 우리 주변에 많은 것 같으면서도 정작 가려고 하면 잘 보이지 않고 번거로움에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가까우면서도 먼 곳이죠. 이번에 보여드린 책들을 통해서 조금 더 친근하고 궁금한 존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요즘 날씨에, 서점에 깃든 ‘운김’은 더더욱 반갑거든요.
구독자님도 곳곳에 숨은 구독자님의 운김으로 따뜻한 날 보내시길 바라며, 이번 레터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핸드폰은 내려놓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이제 진짜 안녕!
지난 해독레터 모아보기 해독레터
“독서하는 당신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mhsjofficial
20231220 발행